(사진=뉴시스)

 

지난 1일 국내에 상륙한 위고비 열풍이 심상치 않습니다.

위고비는 덴마크 소재의 글로벌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비만 치료제로 일명 ‘꿈의 비만약’으로 국내 출시 전부터 유명세를 탔었는데요.

 

위고비는 인체 내에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이라는 호르몬에 작용해 인슐린 분비를 자극합니다.

그 결과 포만감은 높이고 식욕은 억제해 체중 감량을 유도하죠. 이 약이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헐리우드 스타들을 비롯한 유명 인사들이 위고비로 체중 감량효과를 본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부터인데요.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각종 심혈관질환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히는 비만이 질병으로 규정되면서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이 의료계의 화두로 부상했고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죠. 하지만 보건 의학적 이유가 아닌 심미적 이유로 비만치료제를 다이어트약으로 오남용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뼈가 보일 정도로 앙상하게 마른 몸을 일컫는 ‘뼈말라’가 미의 트랜드로 간주 되면서 비만과 무관한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위고비를 처방받는 경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고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비만치료제는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비만 환자와 BMI 27㎏/㎡ 이상, 30㎏/㎡ 미만인 과체중 환자가 한 가지 이상 동반 질환이 있을 경우 체중 감량 목적으로 처방 돼야합니다.

 

하지만 적정 체중을 가진 건강한 사람들이 저체중에 도달하기 위해 위고비로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보이는데요. 이들은 비대면 진료 앱을 통해 위고비를 무작위로 처방받거나 의사 처방 없이 해외 직구 등 온라인유통망을 통해 손쉽게 구입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구매자의 실제 몸무게를 비대면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어 체질량지수 30 이상 과체중 환자만 가능한 처방 기준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죠. 미국과 영국에서는 위고비 사용 요건에 맞지 않는 환자가 미용을 목적으로 사용했다가 췌장염에 걸려 사망하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위고비 오남용 사례가 심각해지자 뒤늦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외 직구를 통한 국내 반입을 차단하고, 위고비를 온라인 쇼핑몰 검색 금칙어로 설정하며 모니터링에 들어갔는데요. 문제는 의료파업 장기화로 의료 공백을 메꾸기 위해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한 상황에서 위고비 오남용을 차단할 여력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위고비를 오남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고 그 결과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단순히 약물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책임감 있는 사용을 촉구하는 수준의 대책 마련에 그치지 않길 바랍니다.

 

오남용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돼 당국이 통제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지 전에 지금이라도 철저한 처방 규제와 비공식 유통 경로 원천 차단, 철저한 의료진 관리가 선행 돼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1년 가까이 의료 공백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고 손 놓고 있는 정부가 위고비 오남용에 효과적인 대책을 내놓을리 만무해 보입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