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지난 5일 정부가 고양시 대곡역세권 등 수도권 4곳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하기로 발표했습니다.
정부 발표에 해당 그린벨트 해제 구역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특히 대곡역세권이 포함된 고양시 주민들은 그린벨트 지역 개발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또 다른 대규모 주택 공급은 고양시의 '베드타운화'를 가속화 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자족기능으로 서울 의존도가 큰 고양시로서는 교통망 개선뿐 아니라 기업 유치를 통해 경제자립도를 높일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이동환 고양시장도 이를 의식한 듯 대곡역세권을 융합 자족 특화 단지로 발전시키겠다는 복안을 내놓은 만큼 향후 고양시가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 지 관심이 쏠립니다.
대곡역세권, 그린벨트 해제 발표에도 부동산 시장 '잠잠'
국토교통부 등 정부관계기관은 지난 5일 △서울 서초 서리풀지구(2만가구) △고양 대곡역세권(9400가구) △의왕 오전·왕곡(1만4000가구) △의정부 용현(7000가구) 등 서울 경계에서 약 10㎞ 이내에 위치한 그린벨트 4개 지역을 신규 택지 후보지로 발표했습니다.
이 중 가장 면적이 넓은 곳은 서리풀지구로 221만㎡이고, 대곡역세권이 199만㎡(60만평)으로 뒤를 잇습니다.
대곡역 내 환승구간. (사진=송정은 기자)
대곡역세권 일대 그린벨트 지역은 꾸준히 개발 필요성이 제기돼 왔습니다.
대곡역은 고양시 내에서도 지하철 3호선과 경의중앙선, 서해선, 교외선 등이 지나고 연말에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역사도 완공될 예정입니다.
이처럼 명실상부한 고양시 철도 교통의 거점 역할이 가능한 입지지만 역 일대가 그린벨트로 묶이면서 별다른 개발 진전은 없었습니다.
대곡역 일대 주민과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그린벨트 지역의 개발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그린벨트 해제가 인근 집값에 당장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수도권 타 신도시 대비 자족기능이 부족해 서울로 출퇴근하는 주민들이 많아 서울 의존도가 높고, 이마저도 한정된 교통망으로 인해 기업 유치 등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대규모 주택공급의 효용성이 높지 않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GTX-A 노선 대곡역 공사 현장. (사진=송정은 기자)
대곡역 인근 H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GTX-A 개통 후 복합환승센터 등이 생기면 인근 업무시설 입주 등을 기대해볼 수 있겠지만 삼성역 개통이 밀리는 상황을 감안하면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며 "도로 교통도 자유로에 의존하는 바가 큰데 기업들 입장에서도 딱히 고양시에 입주할 이점이 크지 않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린벨트 해제 발표 이후 간헐적으로 투자문의가 들어오고는 있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이미 대곡역 인근 아파트 단지들은 그린벨트 해제 이슈가 어느 정도 집값에 반영된 상황이기에 향후 상승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나친 '베드타운화' 우려 커져…자족기능 강화도 요원
실제로 고양시의 경우 그린벨트 지정과 택지 개발로 인한 다수의 규제들로 기업 유치 등 자족기능을 강화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른바 'K-컬처밸리' 복합문화단지로 기대를 모았던 CJ라이브시티 사업도 공식적으로 종료되면서 자족도시로 발전은 요원한 상황입니다.
이동환 고양시장은 고양시의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지난 5일 정부 합동 브리핑에서 "대곡역세권은 단순한 주거가 아닌 첨단 산업 업무시설과 환승 체계가 융합된 자족 특화단지로 고양특례시의 새로운 성장축이자 핵심 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대곡역세권 인근 3기 신도시인 창릉 개발과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 이후 일산신도시 재건축까지 개발 사업건이 켜켜이 쌓인 상황에서 이 시장의 자족 특화단지 개발 공약이 공수표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대곡역 인근 및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송정은 기자)
도시 기능 강화할 인프라 개선 시급
부동산 전문가들도 고양시의 경우 추가적인 주택공급이 도시의 '베드타운화'를 촉진할 수 있다며 광역교통망 개선 등 산적한 인프라 문제부터 차분히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정부 입장에서는 경기도의 넓은 그린벨트 지역을 주택택지로 개발하는 게 주요한 과제인 것은 틀림없다"며 "다만 서울 의존도가 높은 해당 지역 특성상 서울 접근성을 높이는 교통망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
고양의 경우 GTX 하나만으로는 해결하기 쉽지 않은데, 지난해 무산됐던 신분당선 연장안 등을 하나씩 다시 풀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단순히 자족기능을 높이겠다는 발표만으로 바뀌는 것은 없다"며 "도시가 자족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입지가 중요하다.
좋은 입지로 만들기 위해서는 교통망과 인프라 개선 등 해결할 과제가 적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