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고객센터 이용약관 청소년정책 개인정보처리방침 광고안내
ⓒ2025 DreamWiz
뉴스 > 경제 금융지주, 사외이사 배만 불리는 소위원회 남발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지주사들이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명분으로 이사회 산하에 소위원회를 늘리고 있지만 형식적 요건을 갖추는 데 급급한 모습입니다.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근본적 해결보다는 사외이사 구성을 재배치하는데 그치고 있는데요. 각종 회의 참석 등에 따라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사외이사들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사들이 지배구조 강화를 명분으로 내부통제위원회를 잇따라 신설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책무구조도가 담긴 개정 지배구조법에서는 금융사가 이사회 내부에 내부통제를 담당하는 위원회를 만들도록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감사위원회를 별도로 두고 있을 경우 내부통제위 설립 의무가 없습니다.

 

 

KB금융지주는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 전까지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할 계획입니다.

KB금융(105560) 이사회 산하에는 감사위원회와 리스크관리위원회, 평가보상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후보추천위원회, ESG위원회 등 총 8개 소위원회가 있습니다.

 

우리금융지주(316140) 이사회 내에는 임원회장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보상위원회,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 ESG경영위원회 등 6개 위원회가 있습니다.

우리금융의 경우 우리은행 내에서 대규모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우리은행 이사회 내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습니다.

 

신한금융지주(신한지주(055550))와 하나금융지주(086790)도 계열사 이사회 산하에 내부통제위원회 신설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신한금융 이사회 내에는 감사위원회와 위험관리위원회, 보수위원회, ESG전략위원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사외이사및감사위원후보추천위원회,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 등 7개 소위원회가 있습니다.

 

하나금융은 이사회 내 이사회운영위원회, 감사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경영발전보상위원회, 사외이사및감사위원후보추천위원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 지속가능경영위원회, 소비자리스크관리위원회 등 9개 위원회를 두고 있습니다.

 

내부통제위원회에서 관련 업무를 전담하면 사외이사 전문성을 살리고 경영진 견제와 감시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같은 구성원을 재배치하는 것으로 보여주기식에 가깝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내부통제위원회 구성 요건은 사외이사 과반수에 위원장을 사외이사로 두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감사위원회나 리스크관리위원회를 맡고 있는 사외이사가 내부통제위에 투입되는 등 구성원이 겹치는 경우도 허다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소위원회 남발은 사외이사들의 배만 불린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금융지주 사외이사 보수는 일반적으로 기본급에 회의·직책수당을 더해 책정됩니다.

보수는 적게는 연 5000만원부터 1억원이 넘는 곳도 많습니다.

사외이사들은 이사회 회의 수당으로 회당 100만원 이상을, 이사회 의장이나 소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경우 별도 추가 수당을 받고 있습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정안의 방침이 사외이사 권한과 책임을 키우는 데 있어 사외이사 중심으로 소위원회 역할을 키울 수밖에 없다"면서 "사외이사진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고  소위원회가 많아지는 구조라 중복 배정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금융 관련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땜질식 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습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금융지주들이 우리사주조합이나 소액주주 등이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지 않고 이사회 구성을 뗐다 붙였다 하는 식"이라며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에 포획되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임종룡(맨 오른쪽) 우리금융지주회장을 비롯한 시중 금융지주 회장들이 지난달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상황점검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newstomato.com | 이종용 기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