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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경제 심심한 서울


귀농 잔혹사가 많습니다.

시골에 내려가 살다 보니 과도한 관심과 참견에 못 이겨 다시 서울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할머니가 사시는 마을은 큰 고개를 사이에 두고 '이너머'와 '저너머'로 나뉩니다.

고개를 넘기 전 사는 동네 할머니는 '이너머' 할머니, 고개 넘어 있는 집에 사는 동네 할머니는 '저너머' 할머니라고 부릅니다.

 

어릴 땐 주말마다 할머니 댁에 갔습니다.

그때마다 이너머 할머니와 저너머 할머니가 놀러 오셔서 이뻐해 주시곤 했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율동을 할머니들 앞에서 보여드리면 귀여워해주시고 가끔 간식도 주머니에 찔러주시는 게 참 좋았습니다.

 

시골에선 젓가락 숟가락 짝도 다 알고 지낸다는데 그 말이 맞습니다.

그런데 어릴 땐 애정으로 느껴지던 관심이 크니까 부담으로 다가오더군요. 몇 등 했냐 대학은 어디가냐 곤란한 질문도 많아졌습니다.

성인이 되고 명절에나 할머니 댁에 가다보니 이너머, 저너머 할머니를 못 뵌 지도 몇 해가 지났습니다.

 

서울에선 수저 짝을 알기는커녕 옆 102호 103호에 사는 이웃사촌 얼굴도 모릅니다.

문을 활딱 열고 나가려다가도 계단에서 누가 내려오는 소리가 들리면 잠시 문 뒤에 숨어 있다가 나갑니다.

귀찮은 관심에 대답할 일도 없지만 제가 관심 둘 곳도 없네요. 분명 시골보다 복작복작한 서울인데 심심합니다.

 

몇 해 전 한겨울에 찍은 할머니가 사시는 동네.(사진=뉴스토마토)



newstomato.com | 이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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