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식물 헌법재판소'에선 검사탄핵안도 기약 없이 늘어질 전망입니다.

현재 헌법재판관은 6명입니다.

위헌이나 탄핵 등 중요 현안은 정족수 미달로 결정을 내릴 수 없는 겁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가처분신청으로 재판관 6명으로도 사건을 심리할 수 있게 됐지만, 한 명이라도 이견이 있으면 결정을 할 수 없습니다.

결국 헌재가 정상화되고, 판결이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걸로 예상됩니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등검찰청,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당은 내달 2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 본회의에 보고하고, 4일 표결을 붙일 예정입니다.

탄핵 대상은 이 지검장과 조상원 4차장,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입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연루된 김건희 여사를 불기소 처분하는 데 관여한 검사들입니다.

민주당은 이들이 직무유기를 했다고 보고, 탄핵소추안을 내기로 했습니다.

탄핵안이 통과되면 세 명은 즉시 직무가 정지됩니다.

 

 

헌법 65조를 보면,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가 있어야 하고, 의결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합니다.

현재 민주당 의석은 170석이므로, 탄핵소추안은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큽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넘어가면 헌재에서 이를 심판해야 탄핵이 이뤄집니다.

문제는 현재 헌재가 식물 헌재라는 겁니다.

헌법재판관은 지난달 17일 이종석 헌재 소장 등 3명이 퇴임한 이후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아 정원 9명 중 6명만 남아 있습니다.

 위헌이나 탄핵 같은 중요 현안은 정족수 미달로 결정을 내릴 수 없습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사례에 따라 6인 체제의 헌재에서도 심리는 가능합니다.

다만 탄핵 결정을 위해선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단 한명이라도 이견을 제시하면 탄핵이 안되는 겁니다.

이에 법조계는 탄핵안이 올라가더라도 심리 결과가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걸로 전망합니다.

헌재 재판관 3명을 충원하는 것도, 6인 체제에서 만장일치로 탄핵을 정하는 것도 여의치 않은 겁니다.

기약이 없는 셈입니다.

 

 

앞서 헌재는 지난달 14일 이 위원장이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심리 정족수 부족으로 자신의 탄핵 심판이 정지되는 것이 부당하다며 낸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헌재법 23조 1항은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이 조항의 효력을 정지하면서 심리는 이어갈 수 있게 됐습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진숙 위원장으로 인해 재판관 6명으로도 헌법 사건의 심리를 진행할 수 있게 됐지만, 문제는 심리 결과까지 나오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헌재는 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최종 결정을 선고해야 합니다.

하지만 국회예산정책처가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헌재의 평균 재판처리 기간은 △2019년 480.4일 △2020년 589.4일 △2021년 611.7일 △2022년 732.6일 △2023년 809.2일입니다.

해마다 처리기간이 늘어나고 있는 겁니다.

  

 

다른 변호사는 "현재 식물 헌재에서는 탄핵소추안이 올라오더라도 결정이 빨리 안 나오고, 이 지검장 등은 무기한 직무 정지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탄핵소추안은 사실상 민주당이 검찰을 압박하는 카드"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검찰이 무리한 기소 등을 통해 칼날을 남용하고, 김 여사 불기소 처분 등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처분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줄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