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알 권리를 보장하고자 만들어진 제도가 있습니다.
'정보공개 청구'입니다.
'공공정보의 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에 따라 1998년 1월 1일부터 시행 중입니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정보를 알고자 하는 국민은 누구나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 정치 참여를 유도하는 동시에 공공기관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지닙니다.
최근 저는 처음으로 정보공개 청구를 시도했습니다.
지난달 2일부터 17일까지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가 평가 대상으로 삼는 11개 정책금융기관 중 민간 기관인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을 제외한 10곳에 '2023년도 고객만족도조사 설문지 원자료(사본) 및 자체 분석 자료'를, 고객만족도조사를 주관하는 기획재정부에는 10개 기관의 설문지 원자료를 공개를 요청했습니다.
요청 결과 10곳 중 요청한 자료를 모두 제공한 곳은 한국벤처투자뿐이었습니다.
나머지 기관은 해당 자료가 '기획재정부 소관', '법인 등 영업상 비밀 침해'를 이유로 들며 정보 공개를 꺼렸습니다.
한국산업은행의 경우, 유일하게 모든 자료를 비공개 처리했습니다.
조사를 주관하는 기재부 역시 책임 회피에 바쁩니다.
"공운법에 의해 기재부 장관은 공공기관으로 하여금 고객만족도조사를 통합 실시한 뒤 종합 결과만 공표하고 있으니 설문지 원자료는 실질적으로 조사에 임하는 각 공공기관에 문의하라"는 답변을 기재부로부터 받았습니다.
황당하기 짝이 없습니다.
공공기관 고객만족도조사는 국민으로부터 정책금융기관의 업무 수행 효과와 신뢰도를 검증받는 주요 수단으로, 당연히 공개돼야 하는 정보이기 때문입니다.
국민 세금으로 실시되는 설문조사를 두고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이 내뱉은 대답이라곤 믿기지 않습니다.
조민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헌법상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그는 윤석열 정부 들어 '정보 은폐'가 많아지고 있는 사태에 우려를 표했습니다.
조 사무국장은 "기재부 등 중앙부처들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행태는 윤석열 정부의 정보 은폐 기조와 연결된다"고 목소리 높였습니다.
대통령실 명단과 검찰 특수활동비 등 주요 정보 비공개 사례가 늘어나는 현 정부 모습을 빗댄 것입니다.
실제로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 시 정보공개 청구를 종결 처리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정보공개법 개정안'을 의결 뒤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개정안을 보면 '과도한 요구', '부당한 이득', '방대한 양' 등 모호한 기준이 눈에 띕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사단법인 오픈 넷, 참여연대 등 7개 시민사회단체는 '알 권리 침해 법 대응 임시조직(TF)'을 꾸려 입법 저지에 나서고 있습니다.
해당 개정안이 정부와 공공기관의 책임 회피 수단으로 악용돼 권력 감시 및 부패 방지 기능을 약화시키고, 정보 접근성을 훼손해 우리 사회 투명성과 민주주의 가치를 떨어뜨릴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 정부는 감출 것이 얼마나 많은 걸까요. 헌법상 보장된 국민 기본권을 훼손하지 않길 바랍니다.
알 권리는 표현의 자유로부터 도출되는 기본권입니다.
악성 민원을 해결하고자 국민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꼴'과 같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공기관 입을 막는다고 드러나야 할 정보가 가려지진 않습니다.
수많은 국민의 눈과 귀가 진실을 향하고 있습니다.
'정보 은폐' 위험이 도사린 정보공개법 개정안은 즉시 중단되어야 합니다.
김유승 정보공개센터 공동대표가 11일 열린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국회시민정치포럼 공동 주최, 알 권리가 위험하다 국회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