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연구소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등장으로 이른바 '스트롱맨'(철권통치자)들의 전성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탑다운' 방식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과 '직거래'에 나설 수 있다는 시나리오들이 나오는데요.
미국 우선주의를 더욱 강화한 트럼프 2기에서 '자유주의' 세력 중심의 동맹 구도가 무너지고 철저한 '비즈니스' 중심의 세계 정세가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우크라엔 '압박' 러시아엔 '당근'
22일(이하 현지시간) 1000일을 넘긴 우크라이나전에 대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각각 '전쟁 조기 종식'을 공언한 트럼프 2기에 대비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우크라이나전이 트럼프 2기 등장까지 남은 2달 여의 시간 동안 중대 기로를 맞은 셈인데요. 우크라이나는 서방 무기로 러시아는 '신형 미사일'로 각각 대응하며, 그간 자제해 온 장거리 미사일 사용의 금기를 해제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의 등장에 따른 종전 협상 전에 최대한의 영토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한데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0일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포기를 전제로 트럼프 당선인과 우크라이나 휴전 협정을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당선인 역시 지난 7일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속한 해결'에 대한 후속 대화를 기대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재집권 시 24시간 내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한 트럼프 당선인은 대외 정책 1순위를 우크라이나전 종식에 놓고 푸틴 대통령과의 '직거래'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겁니다.
다만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영토 일부를 유지하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최소 20년 유예하는 방식의 협상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인데,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전망입니다.
또 이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치를 완화하는 등 당근을 제시하며 종전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러시아 측에서는 '정치적 의지'만 있다면 쉽고 신속하게 가동될 수 있는 소통 채널이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정은·트럼프, 네 번째 회담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당선인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평양에서 열린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4' 개막식 기념연설에서 트럼프 2기를 앞둔 첫 대미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그는 "우리는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주로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보았으며 결과에 확신한 것은 초대국의 공존 의지가 아니라 철저한 힘의 입장과 언제 가도 변할 수 없는 침략적이며 적대적인 대조선(대북) 정책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트럼프 당선인과의 '직거래' 가능성에 선을 그은 건데요.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발언이 대화 차단이라기보다는 대미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김 위원장 입장에서)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기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 달라진 입장을 보여주지 않으면 대화가 힘들다는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당선인과 김 위원장의 개인적 관계 복원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김 위원장이)출범을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 '공존 의지'를 대화의 '큰 문턱'으로 설정하고 이에 따른 침략적·적대적 태도 전환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당선인과의 '직거래'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겁니다.
트럼프 당선인도 대선 기간 "김정은도 나를 그리워할 것", "나는 핵무기를 가진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라고 밝히며 담판 의지를 유지해 왔습니다.
만약 트럼프 당선인과 김 위원장이 다시 만난다면 지난 2019년 이후 네 번째 정상회담이 됩니다.
동맹엔 '거래'…스트롱맨엔 '정치 협상'
조 바이든 행정부는 임기 동안 '동맹 중시' 기조 아래 다자 협의체를 통한 북·중·러 압박을 이어왔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거래 중심의 동맹관을 펼칠 예정입니다.
특히 국가안보보좌관에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을 지명하며 "마이크는 나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정책 의제의 강력한 옹호자였고, '힘을 통한 평화' 추구의 엄청난 옹호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밝힌 '힘을 통한 평화'는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입니다.
임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은 동맹국에 '거래적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라며 "반면 북한과의 거래적 관점에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정치·군사적' 접근을 통해 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