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여야의정 협의체 등 대화에 의료계 참석 촉구 및 의료인력 수급추계 논의기구 구성 방안 등 의료개혁 추진상황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응급실 뺑뺑이와 8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의정 갈등이 답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고 윤석열 정부의 주먹구구 행정에 비판의 목소리는 점점 수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여당에서도 응급실 대란 위기감이 고조되며 의료붕괴 수순으로 치닫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정부가 지고 이제라도 의사협회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화 의정 갈등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는데요.
정부가 의료대란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이 의료 개혁 혁신안만 밀어붙이며 갈등만 조장한 결과,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짊어지고 있습니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사례가 하루가 멀게 발생하고 있는 응급의료 혼란 상황이 개선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자 이제는 여당 인사들까지 나서 강도 높은 인적 쇄신을 통해 의료계와 대화의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사태 파악은 고사하고 지금껏 변변한 대책 하나 내놓지 못하고 헛발질만 해온 정부가 이제라도 정치권의 요구를 귀담아들을 리 만무해 보입니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의정 갈등 관련 정부 인사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책임자 경질 요구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죠. 그동안 대통령실의 행보를 볼 때 반대 여론에 한 번도 고개를 숙이거나 입장을 선회하거나 타협의 여지를 남긴 전례가 없었던 만큼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심지어 여당 대표인 한동훈 대표가 2026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유예하자고 정부에 제안하며, 의정 갈등을 중재하고자 했으나 단칼에 거절당했는데요.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갈등은 의정 갈등이 당정갈등으로 비화하는 모양새로 가뜩이나 어지러운 정국에 피로감과 혼란만 가중시켰죠.
의료 개혁을 주장하는 정부의 주장은 신뢰와 설득력을 잃은 지 오래입니다.
애초에 해마다 2000명씩 의사를 늘리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대통령의 주장은 말뿐인 과학적 근거에 의한 것임이 드러났죠.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라는 결정에 도달하게 된 의사결정 과정과 과학적 근거의 실체는 지금까지 명확히 밝혀진 게 없습니다.
정부가 과학적 근거라고 제시한 세 개의 연구보고서에는 점진적 정원 확대 필요성을 주장할 뿐 어디에도 한 번에 2000명을 증원해야 한다는 주장은 없습니다.
더 가관인 것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한 필수불가결한 숫자라며 바꿀 수 없다더니 반발이 격렬해지자 불과 2개월만에 500명을 줄여 2025년에는 1500명만 늘리고 2026년부터는 다시 2000명씩을 증원한다고 합니다.
이럴거면 애초에 왜 2000명이라는 숫자를 고집해 자충수를 뒀는지 헛웃음이 나오는데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경질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는 의료계가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2025년 의대 정원은 재논의는 어렵다고 못 박으며 사실상 협상을 원천 차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제 없이 대화하자는 일방적이고 공허한 말만 이어가고 있습니다.
상황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나 책임감 없이 양쪽 모두 무엇하나 양보하지 않고 힘겨루기만 벌이고 있는데 의정 갈등과 의료대란이 현 정권에서 개선되길 바라는 어리석은 기대는 일찍이 접어야겠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