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31일 할로윈은 서구 문화권에서 유명한 축제입니다.
가톨릭 축일인 11월1일 만성절(모든 성인 대축일)의 직전 일을 기념하면서 유래된 날인데요. 기독교 역사에서도 뜻 깊은 날입니다.
1517년 마르틴 루터가 95개조 반박문을 발표한 날로 '종교 개혁 기념일'이기 때문입니다.
종교 개혁으로 유럽은 신교와 구교로 나뉘어 종교 전쟁까지 벌어지며 큰 혼돈을 맞이했습니다.
종교 개혁이 삽시간에 전 유럽으로 퍼져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루터의 논리가 파격적인 점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배경이 존재합니다.
바로 1450년 경 구텐베르크가 인쇄기를 발명하며 인쇄 혁명이 확산된 것입니다.
14세기 경만 해도 책은 대개 필사로 제작됐습니다.
그래서 오랜 시간이 필요했는데요. 그렇게 만들어진 성경 한 권은 가톨릭 성당에 비치하고 사제들만 낭독할 수 있었습니다.
유럽에서 무소불위의 권위를 가진 종교, 가톨릭의 경전을 성직자들이 독점할 수 있었죠.
구텐베르크는 금속활자 인쇄기를 만든 이후 1452년부터 3년 동안 구텐베르크 성경을 인쇄했습니다.
3년 간 만든 성경은 180부로 필사 속도보다 15배나 빨랐습니다.
인쇄술의 확산에는 종이 사용이 증가한 점도 한 몫 했습니다.
15세기까지 유럽에선 종이 사용이 흔하지 않았습니다.
값비싼 양피지로 만든 책이 대부분이었는데요. 13세기 유럽 해상 무역의 거점이었던 이탈리아 베네치아로 상인들이 종이를 들여오면서 유럽 전역에 퍼지기 시작한 종이는 구텐베르크의 인쇄기와 만나 폭발적인 인쇄 혁명을 이끌었습니다.
인쇄 혁명은 종교 혁명을 초래했습니다.
종교 개혁의 시발점이 됐던 가톨릭 면벌부도 인쇄술을 통해 제작됐고, 95개조 반박문 역시 인쇄로 찍어내며 전 유럽을 휩쓸었습니다.
인쇄는 언론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구텐베르크 인쇄기는 압축기를 활용해 활자에 찍어 책을 인쇄했습니다.
이 때 압축기를 일컫는 press, 즉 프레스는 오늘날 신문과 언론을 뜻하는 말입니다.
10월31일을 곱씹다보니 종교 개혁, 인쇄 혁명을 지나 언론까지 이어졌네요. 올해는 할로윈보다 인쇄 혁명이 더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사진=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