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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정치 (토마토칼럼)전쟁은 너무나 중요한 것이어서 군인들에게만 맡길 수 없다
"전쟁은 너무나 중요한 것이어서 군인들에게만 맡길 수 없다"

 

언론인 출신으로 1차 세계대전 종전기에 프랑스 총리였던 조르주 클레망소가 '호전적이기만 한' 군부를 겨냥해 한 말입니다.

제1차 세계대전은 군사 측면에서는 정치가 군부를 통제하지 못해 발발한 대참화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고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독일 황제) 카이저는 앞서 (러시아 황제) 차르가 러시아의 (군부대) 동원 범위를 제한하려고 했던 것과 비슷하게 고삐를 쥐려고 시도했지만 허사로 돌아갔다"며 "독일 총참모부는 러시아 군부 못지않게 20년간 준비해온 계획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분석합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 문제와 관련해 장군 출신인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과 역시 장군 출신인 국가안보실장이 나눈 문자를 보면서, 군에 대한 '문민통제' 중요성을 상징하는 이 명언을 떠올리게 됩니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우크라이나와 협조가 된다면 북괴군 부대를 폭격, 미사일 타격을 가해서 피해가 발생하도록 하고 이 피해를 북한에 심리전으로 써먹었으면 좋겠습니다"는 문자를 보내자, 신 실장은 "넵, 잘 챙기겠습니다.

오늘 긴급 대책회의를 했습니다"라고 답합니다.

 

두 사람은 '사적 대화'라 강변합니다.

남·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대리전을 벌이자는 겁니다.

그래서 그 참화에 한반도가 직접 연루될 수 있는 사안을 육사 선후배 출신인 집권당 중진 의원과 이 정부 외교·안보 사령탑인 국가안보실장이 '논의'한 겁니다.

낡디낡은 '북괴' 표현, 심리전은 전쟁이 아니라는 반박에는 머리가 띵합니다.

 

내우(內憂)를 외환(外患)으로 대처하는 것은 어느 정권이나 시도하는 일이지만, 윤석열정권은 그 욕구가 더 강렬할 수밖에 없습니다.

취임 이후 곧바로 레임덕 수준 지지도를 기록하다가 급기야 10%대까지 떨어졌습니다.

 

가을 한강하구 강화도 연미정은 탄성이 절로 터지는 풍광이지만 석벽 바로 맞은편에는 긴장이 가득 차 있습니다.

누군가는 고흐를 떠올리는 철원 소이산 앞 너른 들녘은 그 정면 백마고지가, 누구라도 넋을 잃고 바라볼 양구 두타연은 바로 붙어있는 피의 능선과 단장의 능선이 피를 깔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의 평화가 얇은 실 하나에 매달려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커집니다.

 

'동종' 인사들만 모아놓으면 '집단사고'는 필연입니다.

가뜩이나 강경파들만 득실거리는 정부에서 똑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장군님'들끼리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건 아닌가요? 이들을 통제해야 할 대통령은 다른 분야처럼 외교·안보분야도 무지합니다.

육사 후배인 안보실장의 '넵'이라는 대답이 두렵습니다.

 

황방열 선임기자 hby@etomato.com

newstomato.com | 황방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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