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앞에 모인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12·3 비상계엄' 이후 35일.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해도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사건의 최대 책임자는 아직도 한남동 관저에서 안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포고령 1호의 5항은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 입니다.
지난한 의·정 갈등의 종착지는 '처단'으로 귀결됐습니다.
포고령의 작성자는 김용현 전 국방장관, 최종 승인자는 윤석열 씨로 조사됐습니다.
헌법 제2장은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다룹니다.
'처단'이라는 표현을 담은 윤 씨가 한남동 관저에 있어서는 안 될 이유입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국회를 군홧발로 짓밟은 윤 씨는 국회의원들을 체포하라는 지시까지 내렸습니다.
체포한 의원들을 구금시설에 가두려는 정황까지 포착했습니다.
더 이상의 무슨 말이 필요합니까.
그런데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 30여명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겠다며 한남동 관저 앞에 집결했습니다.
중대한 헌법 위반 사유를 가지고 있는 윤석열을 지키겠다며 사법부가 발행한 체포영장까지 부정하고 나선 겁니다.
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인데, 그 책무를 온전히 무시한 처사입니다.
도대체 그들이 지키는 가치가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부끄러움은 그들을 지지한 국민들의 몫입니다.
보수 정당이 추구하는 보수의 가치는 잘못되지 않았습니다.
그들을 지지한 국민들 역시 대한민국에서 지키려는 보수의 가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합리적이고 건강한 보수의 가치를 지양하는 이들이 듣고 있는 말은 '내란 옹호 세력'이라는 조롱뿐입니다.
위헌·위법적 계엄을 옹호하지 않음에도, 자신들이 선출한 국회의원들에 의해 진짜 '반국가세력'이 되고 있는 겁니다.
관저 앞 30여명의 의원들은 부끄러움을 모릅니다.
그들에게는 국민도 없습니다.
단지 윤석열을 내주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정권을 내줄 것이라는 두려움뿐입니다.
탄핵 정국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믿을 건 헌법재판소의 판결뿐입니다.
우리 국민들이 더 이상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