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청소를 꼼꼼히 하는 편입니다.
집안의 가구들을 드러내 묵은때를 벗기고, 잡동사니를 한데 모아 버립니다.
컴퓨터에 있는 파일들까지 정리하고 나면 한 해 동안 묵은때를 벗겨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끝이 좋아야 다음 시작도 좋은 법이니까요. 이번 주말, 청소를 마치고 한 해를 돌아봤습니다.
영화 '컨택트'(2016) 스틸 컷. (사진=파라마운트픽처스)
올해는 유독 후회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때 화내지 말걸”, “조금만 더 공부 할걸”, “조금만 덜 먹을걸” 등 칭찬할 일보다 아쉬운 기억이 기억에 더 강렬하게 남습니다.
이렇게 후회가 많아질 때면 찾게 되는 영화가 있습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컨택트>(2016)입니다.
테트 창의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외계인과 인간의 소통을 그리고 있습니다.
세계 12곳 상공 위에 나타난 외계비행물체 속으로 파견된 언어학자 루이스와 이론물리학자 이안은 외계인들과 소통하기 위해 외계인들의 언어, ‘헵타포드어’를 분석합니다.
헵타포드어는 원형으로 표현되는 언어로 시작과 끝, 원인과 결과의 구분이 없는 게 특징입니다.
언어가 개인의 사고를 지배한다는 ‘사피어-워프 가설’처럼 헵타포드어를 익힌 루이스에게는 자신의 미래가 데자뷔처럼 떠오릅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동시에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루이스는 자신에게 어떤 미래가 닥쳐올지 알면서도 자신만의 선택을 내립니다.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그 결과를 알고 있음에도 현재만 바라보고 결정한 건데요. 영화는 현재가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많은 여운을 남깁니다.
과거를 되새김질하는 건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미래는 두렵고, 현실이 복잡한 원인을 좇다 보면 과거를 마주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루이스는 ‘과거 당신이 한 선택은 당시의 최선책’이라고 내게 말하는 듯합니다.
모든 사실을 안 채 후회되는 순간에 돌아간다 해도, 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입니다.
그게 최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요. 혹시나 이번 한 해 후회되는 순간이 있다면, 당신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명신 인턴기자 sin@etomato.com
newstomato.com | 이명신 기자
집안의 가구들을 드러내 묵은때를 벗기고, 잡동사니를 한데 모아 버립니다.
컴퓨터에 있는 파일들까지 정리하고 나면 한 해 동안 묵은때를 벗겨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끝이 좋아야 다음 시작도 좋은 법이니까요. 이번 주말, 청소를 마치고 한 해를 돌아봤습니다.
영화 '컨택트'(2016) 스틸 컷. (사진=파라마운트픽처스)
올해는 유독 후회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때 화내지 말걸”, “조금만 더 공부 할걸”, “조금만 덜 먹을걸” 등 칭찬할 일보다 아쉬운 기억이 기억에 더 강렬하게 남습니다.
이렇게 후회가 많아질 때면 찾게 되는 영화가 있습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컨택트>(2016)입니다.
테트 창의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외계인과 인간의 소통을 그리고 있습니다.
세계 12곳 상공 위에 나타난 외계비행물체 속으로 파견된 언어학자 루이스와 이론물리학자 이안은 외계인들과 소통하기 위해 외계인들의 언어, ‘헵타포드어’를 분석합니다.
헵타포드어는 원형으로 표현되는 언어로 시작과 끝, 원인과 결과의 구분이 없는 게 특징입니다.
언어가 개인의 사고를 지배한다는 ‘사피어-워프 가설’처럼 헵타포드어를 익힌 루이스에게는 자신의 미래가 데자뷔처럼 떠오릅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동시에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루이스는 자신에게 어떤 미래가 닥쳐올지 알면서도 자신만의 선택을 내립니다.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그 결과를 알고 있음에도 현재만 바라보고 결정한 건데요. 영화는 현재가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많은 여운을 남깁니다.
과거를 되새김질하는 건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미래는 두렵고, 현실이 복잡한 원인을 좇다 보면 과거를 마주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루이스는 ‘과거 당신이 한 선택은 당시의 최선책’이라고 내게 말하는 듯합니다.
모든 사실을 안 채 후회되는 순간에 돌아간다 해도, 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입니다.
그게 최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요. 혹시나 이번 한 해 후회되는 순간이 있다면, 당신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명신 인턴기자 s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