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24년은 대구 지하철 참사 21주기, 씨랜드 참사 25주기, 삼풍백화점 참사 29주기, 성수대교 참사 30주기입니다.
그리고 오송 지하차도 참사 1주기, 이태원 참사 2주기, 세월호 참사 10주기, 마우나 리조트 참사 10주기입니다.
참사에 대한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대형 참사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참사에 대한 심리적 거리는 더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언론을 통해, 소셜 네트워크(SNS)를 통해 참사 현장을 간접적으로 목격한 영향 때문입니다.
그래서 의료계에서는 사고 현장을 영상으로 본 이들이 2차 외상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태원 참사 당시에는 '전 국민 트라우마'에 대한 우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국민들의 트라우마를 가중시키는 건 다름 아닌 '정치'입니다.
참사의 한편에는 늘 정치가 있었습니다.
피해자들을 애도하고,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정치가 해야 할 명확한 일인데요. 정치는 항상 국민을 분열시켰습니다.
누군가는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막아섰고, 음모론을 퍼날랐습니다.
또 항상 사건 자체가 아닌, 상대방을 향한 공격에 치중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가 그렇습니다.
피해 유족들은 그들의 안중에 없었습니다.
제주항공 참사에서도 이런 행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국민의힘에서는 벌써부터 국정공백의 후과라는 말을 꺼내 들었습니다.
국정공백은 윤석열 씨의 '12·3 비상계엄' 여파인데도, 참사에 정치를 끼워넣기 시작한 겁니다.
지금은 치열한 '탄핵 정국'의 여야 대치도 잠시 내려놓을 때입니다.
탄핵 심판은 헌법재판소에 맡겨 두고, 제주항공 참사 수습과 국정 안정에 힘을 모을 시기입니다.
다시 반복되는 정치 논쟁은 국민 트라우마를 가중시킬 뿐입니다.
수없이 겪어 온 참사입니다.
우리의 대응도 성숙해져야 합니다.
정치는 정치의 역할에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당 일각에서 나오는 책임 공방과 음모론에 대해 당 지도부가 직접 나서 자중시켜야 합니다.
국민 트라우마를 가중시키는 인사에 대해서는 징계도 있어야 합니다.
여야가 달라진 정치 문화를 보여주길 바랍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