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유영진 기자] 계엄 이후 환율과 채권금리가 들썩이면서 카드업계와 보험업계도 모니터링과 리스크 대응력을 강화하는 등 사실상 비상경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카드사의 경우 여신 기능이 없어 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조달 환경이 악화할 것을 우려했습니다.
주식이나 채권 등 자산 규모가 큰 보험사들도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 중입니다.
조달 환경 악화 우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사와 카드사 등 2금융권은 계엄령 해제 이후에도 환율과 채권 시장이 완전히 안정 국면에 들어가지 않은 만큼 금융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한 상태입니다.
A카드사 관계자는 "향후 금융시장 변동가능성이 큰 만큼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중"이라며 "정상 업무를 하면서 현안 등 관련 이슈사항 점검 회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B카드사 관계자는 "계엄령 사태로 한국의 신용도가 낮아지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면서도 "채권시장이 안정 국면에 들때까지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한 상태"라고 했습니다.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와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사들은 여신금융채권(여전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확보합니다.
연초 4%대 수준이던 여전채 금리는 지난 10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떨어졌지만, 여전히 지난 2022년 2%대에 비하면 1.5배 수준으로 높은 상태입니다.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가 더디게 반영되고 있던 가운데 계엄령 사태가 터지면서 여전채 금리는 다시 들썩이고 있습니다.
여전채 금리가 오르면 자금조달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계엄령 사태 직후인 지난 4일 기준 AA+ 등급 3년 만기 여전채 금리는 3.102%입니다.
계엄령 사태 직전인 지난 2일 기준 3.043%보다 0.059%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카드사 영업에 차질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계엄령 사태 이후 공직자를 포함한 직장인들이 외부 회식을 줄이고 있는 사례가 이어지며 연말 성수기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1월 소비자 심리지수(CCSI)는 11월 100.7로 10월보다 1.0포인트 낮아졌습니다.
고환율이 이어지는 데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며 연말 소비심리가 예년만 못하다는 우려가 나오는데요.
카드업계 관계자는 "계엄령이 아닌 이전부터 경기 침체가 계속되던 기조는 앞으로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카드론 상환 등에 차질이 빚어지게 되고 대출 리스크가 카드사 건전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환율이 급등하면서 여전채 금리도 덩달아 소폭 상승했다.
채권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카드사는 금리가 높아지면 자금조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사진=뉴시스)
'채권 가격 하락' 리스크 커져
자산운용에 민감한 보험사도 환율과 금리 변동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수익률 확보가 중요한 보험사들은 운용자산의 상당 부분을 국내와 해외 채권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기준 국내 보험사의 채권 잔액은 667조원에 달하는데요. 보험업계에서 운용자산 규모가 가장 큰 삼성생명의 경우 올해 3분기 운용자산 244조원 중 채권 투자 비중이 53.3%로 절반 이상입니다.
이 중 외화채권의 비중은 18%로 나타났습니다.
채권시장은 국가 신인도에 따라 요동칠 수 있습니다.
한국이 발행한 채권 등에 대하여 국가의 위험도를 반영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0.32%포인트 수준에서 계엄령 직후인 지난 3일(미국 동부시간 기준) 0.365%포인트까지 뛰어올랐습니다.
국가 신용위험이 높아지면 기업 채권을 사고 싶은 사람도 줄어 들게 됩니다.
채권 가격 하락과 채권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위험이 큽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불안정한 정치상황이 지속될 경우 국가신인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기업들의 자금조달여력이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험사는 채권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산운용 전략을 수립하는 만큼 채권시장 안정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계엄령 사태 이후 나타날 수 있는 금융시장 리스크 확대를 예의주시하며 자산운용 전략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보험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과 위험회피 성향이 확대될 것"이라며 "안전자산인 국채에 대한 수요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계엄령 사태 이후 환율과 금리가 출렁이며 채권으로 자금조달과 자산운용을 하는 카드사와 보험사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사진은 계엄령 선포 뉴스를 보는 시민.(사진=뉴시스)(사진=뉴시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유영진 인턴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