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대책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회의실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12·3 내란 사태를 주도한 윤석열 씨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이를 수수방관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태도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윤 씨를 체포하려는 공수처와 이를 막으려는 대통령 경호처가 대립하는 상황임에도 최 대행이 "적절히 협의해 처리되길 바란다" "시민들과 공무원이 다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며 원론적인 말만 하고, 아무런 조치 없이 '나 몰라라' 식의 태도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5일(오후 5시 기준) 체포영장 집행이 무위에 그치면서 탄핵정국 혼란에 따른 경제적 불안감이 가중되는 모양새입니다.
공수처·야당, 최상목 '압박'…"경호처 체포 집행 협조해야"
공수처는 지난 3일 윤 씨의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지만, 대통령 경호처에 막혀 무산됐습니다.
공수처 검사·수사관·경찰병력이 경호처 직원들과 5시간 대치하다 윤 씨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하고 철수한 겁니다.
하지만 경호처 지휘 권한이 있는 최 대행은 아무런 지시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손을 놨습니다.
이를 두고 최 대행을 향해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오는데요. 국정 혼란을 조기 수습해야 하는 최 대행이 오히려 사태를 방관하며 일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최 대행은 대통령의 직무 권한을 넘겨받았기 때문에 경호처는 최 대행의 지시를 따라야 합니다.
그런데도 최 대행은 지난 3일 "관계 기관들이 법과 원칙에 따라 적절히 협의해 처리되길 바란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이날에도 "어려운 상황에서 공무수행 중인 공무원이 다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법 집행 과정에서 시민들과 공무원이 다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 써달라"며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 했습니다.
윤 씨의 체포영장 집행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도 없이 공을 경호처로 떠넘긴 겁니다.
공수처는 전날 최 대행에게 경호처에 대한 협조 지휘를 요청했습니다.
윤 씨에 대한 경호처의 경호가 지속되는 한 체포영장 집행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최 대행이 경호처가 집행에 응하도록 지시를 내려달란 것이었습니다.
야권에선 최 대행을 향해 박종준 경호처장 등 경호처 지도부 인사들을 즉각 직위해제하고 직무에서 배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최 대행이 내란 공범이 아니라면 신속하게 진압해야 한다"며 "만일 직위해제 조치를 즉각 취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습니다.
공수처와 야당이 최 대행을 거듭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호처에 아무런 지시도 내리지 않는다면 최 대행을 향한 비판 여론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제 불확실성 고조…증시도 '널뛰기'
여기에 최 대행이 내란 사태 수습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정국이 혼란해졌고, 이에 따라 경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최 대행은 최근 자신의 장기인 경제 분야에서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매주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를 직접 주재하기로 한 데 이어 중소기업 신년인사회, 주한 미국대사 면담, 경제계 신년인사회 등에 참석해 "경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최 대행이 적극적으로 경제 행보를 보이고 있음에도 정치 리스크가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전이되며 대외신인도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외신인도의 경우,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없이는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실제 공수처가 윤 씨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다가 실패하는 과정에서 증시도 널뛰기를 했습니다.
윤 씨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한 지난 3일 코스피는 한때 장중 2454.67까지 올랐다가 영장 집행 시도가 중단된 오후 1시30분 이후로 떨어져 2441.92로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경제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정치 불안정 해소가 필수적이란 지적이 나오는데요.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정치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인철 참좋은경제연구소 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데 대한 '셀 코리아'가 이어지고 있다.
가장 먼저 환율 시장에서 이러한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고 있다"며 "국제신용평가사 가운데 어느 한 곳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다고 해도 변명할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 판결이 빨리 나와서 정치적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는 소식이 전해지기 전까진 금융시장도 그렇고 상당히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