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지난달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국세수입에 대한 재추계 결과 올해 국세수입은 지난해 보다 6.4조원 감소한 337.7조원으로 예산(367.3조원) 대비 29.6조원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올해 9월까지 국세수입이 지난해보다 11조3000억원 덜 걷힌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수 감소가 지속되고 있는데요. 특히 큰 폭으로 줄어든 법인세를 비롯해 부가세, 관세 등이 국세수입 감소에 주요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쪼그라든 '법인세'…나라살림 적자↑
기획재정부가 31일 발표한 '9월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9월 한 달간 국세수입은 23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조9000억원 감소했습니다.
따라서 9월까지 누적 국세수입은 255조30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1조3000억원(4.3%) 감소한 것입니다.
세목별로 살펴보면 국세수입 감소에 주된 영향을 미친 법인세 감소폭이 가장 컸는데요. 지난달까지 법인세는 17조4000억원이 줄었습니다.
기재부는 법인세 감소는 지난해 기업 실적 부진 여파라 부연했습니다.
여기에 9월 한 달간 법인세 중간예납도 감소해 지난해 같은 달보다 6000억원 감소했습니다.
지난달에는 부가가치세도 1조4000억원 감소했습니다.
부가세는 소비 증가 등으로 올해 국세수입의 버팀목이 됐던 세목이나, 지난달에 반도체 기업들의 설비투자 확대로 부가세 환급 규모가 늘면서 지난해 9월보다 부가세가 감소했다는 것이 기재부의 설명입니다.
기업들은 투자분에 대해 부가세를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여기에 올해 9월에 긴 추석 연휴를 맞이하면서 조업일수 감소에 따른 부가세 감소에도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이밖에 주식 거래대금 감소 및 증권거래세 인하 영향으로 증권거래세는 3000억원 감소했고, 수입액이 감소한 관세도 2000억원 감소했습니다.
반면, 소득세를 비롯해 이자소득세 등이 소폭 증가했는데요. 먼저 취업자 증가와 임금 상승 등으로 소득세는 4000억원 증가했습니다.
고금리에 따른 이자소득세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습니다.
상속증여세도 2000억원 증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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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연속 '세수 결손 사태' 불가피
지난달까지 본예산(367조3000억원)대비 국세수입의 진도율은 69.5%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최근 5년 진도율인 78.3%보다 낮은 수치인데요. 앞서 정부는 올해 국세수입이 당초 예상보다 29조6000억원 덜 걷힐 것으로 전망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남은 3달 동안 세금 82조4000억원을 더 걷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올해까지 2년 연속 세수 결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년에도 국세수입 결손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예정처가 추정한 결손 규모는 약 4조원으로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발생한 세수 결손 규모보다 작지만, 정부의 세수 전망 역량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예정처가 지난 29일 펴낸 '2025년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국세가 정부 전망(382조4000억원)보다 3조9000억원이 적은 378조4000억원이 걷힐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에 재정 건전성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적자 비율도 정부 예상(2.9%)보다 높은 3.03%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예정처의 이런 전망은 지난 2023년과 2024년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서도 나왔습니다.
국내 주요 재정전문기관인 예정처가 3년 연속 세수 상황을 경고한 것인데요. 그러나 전문가들은 예정처의 분석이 최근 경기 둔화 흐름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결손 규모는 예정처 전망보다 훌쩍 불어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는 올해 세수펑크를 메우기 위해 '외환시장 방파제'로 불리는 외국환평형기금과 주택기금까지 활용한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그동안 정부는 세수 재원으로 활용하지 않겠다고 했던 말을 번복하는 것인데요. 그러면서 정부는 지방교부세·교부금을 추가로 지급하기 위해 외환시장 대응 여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기금을 조달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계속될 전망입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