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계엄사태를 보도했던 일본 신문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계엄부터 탄핵까지 이르게 된 (충암고) 학연이 기업 이사회에도 시사점을 안깁니다.
감시, 견제 기능을 해야 하는 기관이 이해관계로 얽히게 되면 경영 투명성이 약화되고 횡령, 배임 등 극단적 상황에도 이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근래 이사회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상법 개정을 두고 여야가 대치해온 국면에서 반면교사가 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16일 정치권과 재계 등에 따르면 근래 상법 개정을 통한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방안이 여야의 쟁점입니다.
이사회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취지로 상법 개정안이 발의됐는데 재계 입장을 대변해온 여당이 이사충실의무 강화(의무 대상에 회사이익 외 주주이익도 포함) 개정과 더불어 반대하는 것입니다.
대기업 지배주주의 사적이익을 위한 의사결정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이사회가 학연, 지연 같은 이해관계에 묶인다면 기능이 마비됩니다.
즉, 계엄사태라는 극단에 이른 대통령과 군부의 이해관계가 국민 주권을 배신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기업 이사회도 이해관계 때문에 지배주주의 횡령이나 배임, 쪼개기 상장 등 지배주주 사익을 위한 의사결정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상법 개정은 이사회 투명성을 제고하는 취지이지만 재계와 여당은 남소 우려를 제기하며 반대합니다.
하지만 이사회의 경영부정행태 감시기능이 제고되지 않으면 코리아디스카운트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불만이 일반주주들 사이에서 팽배합니다.
과거에 비해 이사회 내 학연 등의 이해관계는 줄었지만 법률 대리 등 신종 이해관계가 많아진 특징도 나타납니다.
일례로 GS의 경우 올 들어 그룹 계열사의 법률자문계약 등 다수의 거래를 했던 법무법인 소속 고문과 변호사 등을 사외이사로 선임했습니다.
현대오토에버도 계열사들과 거래가 잦은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와 고문을 각각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임했습니다.
이런 경향은 현 정부 들어 법조계 인사가 기업에 대거 이사로 진출한 정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올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가 이사회 내 지배주주 일가 및 대표이사와 비슷한 시기 같은 대학 같은 학과를 졸업한 동문으로, 여전히 학연도 개선점으로 지목됩니다.
더욱이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민연금 판단에 따라 두산그룹이 포기하게 된 분할합병안의 중심에 있어서 이사회에 시선이 쏠렸습니다.
계엄사태가 있기 전 정부는 상법 개정에 반대하며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대체하자는 입장을 정했었습니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이사회의 의사결정이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사례는 자본시장법 제165조의4에서 정한 조직재편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자기주식 거래, 증자 및 감자, 현물출자 등 다른 자본거래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며 “또 우리가 아직 경험하지 못한 자본거래로 일반주주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가 앞으로 나올 수 있는데 이를 사전에 규율하지 못한다.
이사의 주주보호에 관한 일반적인 원칙 제시 없이 특정 거래에서만 주주보호 의무를 부과하면 다른 유형의 자본거래로 편법이 확산되는 풍선효과만 가져올 것”이라고 논평을 냈었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